(충북뉴스 백범준의 해우소) 달력도 이제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 내 남은 생의 시간이 찢겨나간 달력만큼 빠져나갔다.

또 이렇게 한해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껴야만 시간의 소중함을 비로소 깨닫는 필자는 올해도 여전히 비루한 중생이다. 그래서 자문(自問)한다.

올 한해는 잘 살았는가?

나도 참 궁금하다. 이럴 때면 갑자기 누군가가 나타나 ‘내가 네 담임이다’ 하며 툭 던져주는 한해 성적표를 받아들고 싶다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런데 담임이 있을 리 없는 중년남성의 직접 써내려간 셀프생활기록부는 조작 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기에 객관적으로 답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질문을 달리해 올 한해 무엇을 보았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봄날 눈부시게 떨어지던 하동 쌍계사 벚꽃과 섬진강 매화를 보았다. 설악산의 단풍도 보았다. 남해 보리암과 여수 향일암에서 남해바다를 보았고 양양 홍련암에서는 동해바다를 보았다.

염라대왕의 단골질문이라는 마곡사 청기와와 싸리기둥을 보았고 대흥사에 걸려있는 원교와 추사의 현판을 보았다. 그리운 친구의 얼굴을 찾아가 보기도 했다.

또 무엇을 먹었냐고 묻는다면 엄마와 둘만의 데이트로 먹었던 막국수와 아들과 단둘이 먹은 치즈돈가스와 우동을 말할 것이다.

어느 곳을 걸었냐는 질문에는 순천 송광사 무소유길과 월정사와 광릉 전나무숲길을 걸었다. 낙산사 마음이 행복해지는 길에서는 길을 묻기도 했다. 내 평생 잊지 못할 가을날 거닐던 계룡산 갑사 산문 길도 있다.

올해의 지나간 시간들은 예년과 다름없는 감정의 과잉과 결핍이 교차된 시간들이었다. 그로인해 혹시 가깝고 소중한 이들에게 상처와 고통을 주지는 않았는지 자문한다.

아니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이글을 빌려 참회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해본다.

12월이면 언제나 그랬듯이 한 해 동안 꼭 해야만 했던 일들과 혹은 하지 말아야 했던 일들로 인해 후회하곤 했었다.

그러나 그런 것들로 더 이상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 오늘을 살 것이고 즐길 것이다.

왜냐면 누군가 그랬듯 어제는 역사이고 내일은 미스테리이며 오늘은 선물이니까.

선물 같은 오늘 하루 숨 쉴 때마다 행복하소서.

저작권자 © 충북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