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 서비스 산책

(충북뉴스 박현정의 서비스 산책) 어릴 적 자전거에 세탁물을 싣고 아파트 층층을 걸어 다니며 세탁물을 배달해 주시던 동네 세탁 아저씨들은 다 어디로 가셨는지, 바깥양반의 짐을 들어주기 위해 쫓아오시던 세탁소 아주머니까지 이제는 이들을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도 그럴 것이 핸드폰 하나면 세탁물을 거둬 가고 또 알아서 집 앞까지 놓아두고 가니 번거롭게 서로 오가며 계산을 하는 일을 손가락 하나가 다 해결해 버리는 세상이다.

심지어 한 세탁 회사는 작은 세탁 드레스룸을 집 앞에 설치해 주고 자물쇠를 채워주는데, 언제든지 넣어두고 앱으로 신청만 하면 밤새 수거해 이튿날 바로 제자리에 걸어두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 편리할 것 같은 이 서비스가 세상 불편할 때가 더 많다.

필자는 이 두 가지 서비스를 모두 다 사용해 보았는데 문제가 생겼을 때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고객의 신뢰를 잃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세탁소 아저씨라면 하소연이라도 하겠건만 핸드폰에다 ‘타닥타닥’ 분노의 타자로 불만을 적어도 읽씹 당하면 그거 무진장 자존심까지 상한다. AI가 단 댓글보다 더 기분 나쁜 게 ‘읽씹’(읽고도 답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던가?

이번에는 거금을 드려 산 거위 이불 위에 고양이가 토사물을 쏟아 놓으면서 문제가 커졌다. 거위 이불은 꼭 드라이 세탁을 해야 하는 제품이라 특수 세탁 요청과 함께 사진을 찍어 수거를 요청하였는데 놀라우리만치 보낼 때와 똑같은 상태로 이불이 돌아왔다.

‘설마, 세탁한 거겠지?’라는 생각을 무색하게 만들 만큼 고양이 사료 냄새가 코를 냅다 찌른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특수세탁인가?’ 많은 생각이 오갔다.

결국, 업체에 재수거를 요청했고 3일 후에 이불이 도착했는데 놀랍게도 얼룩 하나 없이 이불은 깨끗해져 있었다.

하지만 늘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 구매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거위 이불은 헌 옷 수거함에서 건져 올린 이불처럼 구깃구깃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왔다.

깨끗해질 수 있는 이불은 왜 처음 모습 그대로 왔었는지, 그리고 이제는 예전의 뽀송뽀송하고 부드러운 이불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지 지금도 이 모든 것이 미스터리다.

​이뿐만 아니다. 사실 그동안 이러한 세탁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옷의 얼룩이 그대로인 건 허다하고 세탁물이 변색하거나 목욕탕에 한 시간 동안 담가 놓은 손바닥처럼 쭈글쭈글해져 오기도 했다. 동네 세탁소 아저씨라면 절대 용납하시지 못할 일이다.

​거위 이불이 주인 없이 얼마나 모진 일을 당하고 왔을까?. 여러 번의 일을 겪다 보니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이 떠오른다. 더군다나 세탁 요청 시 적어 둔 메모에는 그 어떤 코멘트도 없다. 여전히 읽씹 대응이다.

세상사는 일이 다 그렇듯 일을 하다 보면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수 후 그것을 바로 잡으려는 그 어떤 액션도 없다는 것은 신뢰에 더욱더 얼룩이 지게 만드는 일이다.

​외부적인 상처는 피가 쏟아져서 아물지만 한번 잃은 마음의 신뢰는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편한 것이 불편함으로 바뀌는 순간 더 이상 존재 이유도 사라진다.

사람이 없는 서비스, 고객도 없는 서비스. 존중과 이해가 없는 서비스. 곧 우리에게 닥칠 미래이자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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